1994년 4월, 이회창 국무총리가 전격 사퇴했습니다. 취임 4개월 만이었죠. 헌법상 위임된 총리의 권한을 놓고 김영삼 대통령과 마찰을 빚자 '법적 권한도 행사하지 못하는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한다'라며 사표를 던진 겁니다.
실제로 총리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습니다. 이범석 총리부터 현 김부겸 총리까지 마흔 명이 넘는 총리 중 헌법에 명시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한 총리는 극소수였죠.
DJP 연합을 구성했던 김종필 총리와 이해찬 총리 정도를 빼면, 대부분의 총리들이 '대독 총리, 식물 총리, 방탄 총리, 의전 총리'로까지 불렸을 정도지요.
최근 윤석열 당선인과 한덕수 총리 후보자가 책임총리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당선인 측은 '총리의 내각 통할권을 상당 부분 인정하며 장관 임명까지도 맡길 것,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부처 과장 인사까지 했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헌법에는 '총리가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